이희형1 이희형 「플랫폼」 플랫폼 이희형 나는 우산을 들고 승강장에 서 있습니다 오늘 저녁엔 제사가 있었습니다 이곳엔 비가 오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눈이 오고 있습니다 나는 검정 장우산을 썼습니다 그게 어른스러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천천히 쌓이는 눈을 지켜보다가 전광판에 양쪽 열차가 모두 지연되고 있다는 알림이 뜬 것을 보았습니다 귓가에서 빗소리가 터지고 있습니다 반대편 승강장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장갑과 목도리를 끼고 모두 누군가의 손을 잡고서 먼 곳에서 다가오는 열차의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내가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가오는 열차가 어느새 승강장 앞에 섰습니다 사람들이 분주히 열차에 오릅니다 정해진 자리에 앉는 사람들이 흐릿하게 보이고 열차가 사라지.. 2023. 7.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