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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이용기 선생님3

《訓民正音》(영인본) 《訓民正音》  辭書出版社 1967(영인본)        우리 국어 선생님께서 '용비어천가'를 낭독하셨던 그 좋은 날들을 생각하니까 '훈민정음 서문'도 생각났다.1967년에 나온 영인본을 꺼내보았다. 지금 보니까 표지의 제목조차 비뚤게 붙었다. 원본도 아닌데 이미 표지는 표지대로 본문은 본문대로 낱장이 되어버렸다. 하기야 그조차 57년이 지났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선생님은 이런 글은 아이들더러 읽어보라고 하시지 않았다. 미소를 띠고 다짜고짜 선생님께서 몇 번이고 낭독하셨다.그때 선생님은 교과서에 실린 언해본 원문을 읽어주셨는데 어떻게 읽으셨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그렇지만 60년간 나는 더러 선생님께서 낭독해주신 그 원문을 상기해보곤 했다.'나무위키' 같은 곳에는 정확한 내용이 나와 있지.. 2024. 7. 9.
정인지 외 《용비어천가 龍飛御天歌》 정인지 외 《용비어천가 龍飛御天歌》이윤식 옮김, 솔 1997      한학(漢學) 공부 좀 할 걸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정치인들이 사자성어나 고사, 옛 문헌의 한 구절 혹은 어떤 단어를 들어 남을 헐뜯을 때다. 그런 걸 인용해서 덕담을 하는 경우는 보기 어려웠다. 그렇거나 말거나 '저 사람은 그렇게 분주한 생활을 하는데도 한학을 깊이 한 것 같은데 난 뭘 했지?' 한탄을 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시경(詩經)을 한번 읽어봤는데 나로서는 아는 척할 때 써먹을 만한 부분을 눈 닦고 봐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제 책을 읽을 만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므로 아는 척할 때 써먹으려고 책을 들여다보는 무모한 짓은 생각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노릇도 소질이 있어야 하는 건가?' '.. 2024. 7. 6.
"야, 이놈들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고달픈 삶이랄까, 그 이전이 보잘것없는 세월이었다면 이후는 고달픈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것도 어쩔 수 없어서 선택한 일들이어서 말하자면 나는 세월에 끌려다녔다. 그럭저럭 책은 좀 읽었다. 그건 국어를 가르쳐주신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 덕분이었다. 굽이굽이에서 그분이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중학교 담임도 국어 교사였는데 그는 취미란에 '독서'를 써넣은 나를 일으켜 세우고는 온갖 창피를 다 주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고 필수라느니 이제 온 국민이 독서를 생활화해야 한다느니, 무엇보다도 독서를 밥 먹듯 해야 한다느니... 그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독서에 힘쓰지 않고 돈 버는 일에만 매진하는 게 마치 중학교 1학년에 갓 입학한 내 잘못인양 한 시간 동안 나를 세워놓은 채 그렇게 지껄여대는 바.. 2023.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