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야1 이설야 「시칠리아, 소금이 왔다」 시칠리아, 소금이 왔다 이설야 소금이 왔다. 시칠리아 트라파니 소금이 바람과 함께 도착했다. 시칠리아 염전의 염부들 혈관엔 붉은 피 대신 소금이 흐른다지. 근해에 나갔던 시칠리아 염부들 혈관엔 물고기들이 헤엄쳐 온 푸른 파도와 흰 포말이 켜켜이 피어오르겠지. 조개무덤에서 나온 패각 조각이 산산조각 난 채 수억 년 빛나던 해파리들의 춤을 추겠지. 혓바닥을 감은 미역귀들의 노래, 천천히 듣다 사라져 간 시간들도 함께 흐르겠지. 토마토와 양파를 기르는 농부들 혈관에는 붉은 흙에 떨어지던 땀방울, 바람에 씻기던 땀방울이 소금 되어 흐르겠지. 검은 후춧가루와 흰 후춧가루가 흐를지도 몰라. 노을처럼 번지는 슬픔의 가루들로 식탁은 튼튼한 다리들을 키우겠지. 원형극장을 짓기 위해 바위를 깎고 돌을 나르고 동굴을 파던 .. 2023. 6.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