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우수(雨水)2

우수 가까이, 울렁거림 '이번 겨울은 영영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그런 느낌의 겨울은 나에게는 여러 번이었다.가을이 소식도 없이 가버리고 겨울이 왔을 때, 서서히 그러나 압도적으로 완전하게 2024년 겨울이 그렇게 왔을 때, 나는 또 그런 느낌이었다.기이한 일은 그렇게 기세 좋게 온 겨울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저 멀리 사라진 후에 가버렸구나 하고 깨닫곤 했다.그래서였는지 그렇게 가는 그 겨울들이 때로는 섭섭하기도 했다.이번 겨울은 더 그런 것 같다.시작될 때의 그 도도한 모습과 지금, 가겠다는 기별도 없이 가고 있는 모습을 상투적이지만 용두사미(龍頭蛇尾) 같다고 해야 적절할 것 같다. 나는 어제 저 거대하고 을씨년스러운 수채와 지저분한 개울과 주변의 나뭇가지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한겨울에 이곳을 지나며 내려다보면 저 나뭇.. 2025. 2. 14.
이 세월 '세월'이라는 제목으로 달랑 "설명할 길도 없고 설명해봤자 별 수 없는 세월…"이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옵니다. 베이징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고 적지 않은 나이에 기저질환이 있는 나에게 코로나는 여전히 위협적인 나날입니다. 순조로운 건 이야기하기가 쑥스럽긴 하지만 나의 이 세상에서는 단지 시간의 흐름뿐입니다. 일주일 후면 '우수'니까 봄이 완연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수(雨水)가 걸핏하면 우수(憂愁)가 되어 떠오릅니다. 문득 내가 국민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 네 시간을 마치고 우리 교실이 있는 건물 뒤편 공민학교에 다니는 이웃집 성완(誠完)이 형을 찾아간 그 시간이 떠오릅니다. 칠십 년 가까이 지나가버린 그 시간은, 봄이 오면 꼭 한두 번씩 떠올려본 장면입니다. "봄비가 내립니.. 2022.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