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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 친구 오경아
소설 "별들의 고향"(최인호) 여주인공은 예쁘고 명랑한 여인 오경아다. 뭇 남자들 등쌀에 불우하게 살다가 자살한 오경아, 그녀에게는 전차표, 극장 관람권, 단추, 머리핀, 그림엽서, 우표, 홍보용 성냥갑, 녹슨 못, 포장끈, 전기세 영수증, 아파트 관리비 영수증, 부러진 우산대... 같은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보관하는 버릇이 있다. 1970년대에 상업주의 소설이라고 하던 그 소설에서 이야기한 것들은, 당시로는 거의 다 상식이었겠지만 이 버릇 얘기는 내게는 특별했다. 몇 달간 오경아와 동거한 적이 있는 대학 미술 강사 김문오는 이렇게 얘기했다(1권, 173~174). 처음에 나는 그녀에게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느냐고 의아해하자, 그녀는 일단 못 쓰게 된 것일지라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2025.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