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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안동지례예술촌2

지례예술촌 화재 전말기 / 김원길 예술촌 화재 전말기 김원길 집이 불탔다. 내 집 지촌종택이 불타서 없어졌다. 40년 전 임하댐 건설로 수몰을 피해 지례 뒷산 중턱에 옮겨 놓은 지례예술촌이 불타 없어졌다. 자고 일어나 가서 보니 타고 없어졌다. 꿈 이야길 하는 게 아니다. 내 눈으로 가서 보았다. 어제저녁에 있었던 종택과 서당, 별묘, 주사, 행랑채, 곳간, 방앗간이 이번 괴물산불에 밤새 불타서 잿더미가 된 것이다. 엊그제 3월 25일은 아버지 기일이었다. 제사 준비는 아들 내외가 하고, 병원 가까이 시내에 사는 나와 아내는 저녁 무렵에 지례로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아내 말이 오늘은 수형이가 제사 장 보러 시내에 나와 있고 정희 어미 혼자 제수장만을 하고 있을 테니 우리는 점심 먹고 바로 지례로 들어가서 며느리를 돕자고 .. 2025. 4. 16.
교과서의 작품 이야기 - 옥의 티 "문우(文友)"라고 하면 좋겠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닌 그냥 보통 사람이어서 흔히 하는 말로 "아는 사람", 그러니까 지인(知人)이 쓴 글입니다. 계간지 《교과서 연구》(79호, 2015.3.1)에 실렸습니다. 옥의 티 김 원 길(시인, 안동지례예술촌장) 내가 우리말 현대시를 처음 만난 때는 중학교 1학년 국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갓 입학하여 며칠 안 된 봄날에 우리들은 박목월의 시를 배우며 우리 시가 지닌 율조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말았다.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가는 열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청노루' 전문) 율조가 좋은 시는 쉽게 읽히고 잘 읽히는 시는 뜻이 좀 어려워도 잘 외워진다. 실제로 이 시에서 "…… 열두 구비를 / 청노루.. 2015.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