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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아이보기2

나의 노후·사후 십이층 할머니는 내 또래였습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마다 눈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어느 날 그녀를 휠체어에 태운 그녀의 아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그제야 '우리'(그녀와 나)가 한동안 만나지 못한 걸 알아챘습니다. “가까운 요양원에 모셨는데 오늘 생신이셔서 외출 나왔습니다!” 아들은 가까이 모셨고 외출까지 시켜주는 걸 자랑스러워하며 그렇게 설명했고 그런데도 모든 걸 체념한 듯한 그녀는 눈에 힘이 빠진 채로 나를 바라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하니까 우리는 그만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괜히 그녀를 자주 떠올려보곤 합니다. 정말 괜히! 이층 할머니는 자그마한 키에 늘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만날 때마다 무슨 얘기든 해주었습니다. 나이가 들었어도 꽤나 곱다고 생.. 2020. 7. 11.
바바라 리만 『나의 빨강책 THE RED BOOK』 바바라 리만 Barbara Lehman 《나의 빨강책 THE RED BOOK》 미래엔 2009 단 하나의 글자도 없는 책입니다. 심지어 페이지 표시도 없습니다. '나의 빨강책', 빨강책일 뿐입니다. 오늘은 이 책으로 아이와 놀아보자, 생각했습니다. 교사로 태어나 교사로 살았고, 마지막에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장'이라는 자부심으로 지냈습니다. 더구나 초·중·고 교과서 정책, 교과서 개발·심사·관리·연구에도 오랫동안 깊이 참여한 것 등, 교육에 관한 책으로 말하자면 제법 화려한 경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책으로써 아이와 놀아주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가 아니겠습니까? 다음은 첫 페이지, 둘째 페이지입니다. 한 아이가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도심지를 걸어가고 있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식은 죽 먹기'라는 .. 2016.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