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빠진 자리1 유선혜 「아빠가 빠진 자리」 아빠가 빠진 자리 유선혜 흔들리는 이는 밤사이 빠졌고 아침이 되면 그 이를 뱉어냈다. 세 번 나는 이는 없다는 사실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젖니를 모아두던 상자가 있었다. 밤마다 상자를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새 이가 영원하라고 빌었다. 어린것들은 하얄수록 쉽게 변하는 법이다. 이가 모두 자라자 더는 아빠와 함께 잘 수 없었다. 사전에 의하면 충치는 일종의 전염병이다. 내 입으로 처음 세균을 옮긴 사람을 찾아낸 뒤, 온통 책임지라고 하고 싶었다. 이를 닦으면 거품이 흘러나왔고 입을 헹구면 끝도 없이 구역질이 났다. 치과에 가는 날들이 늘었다. 아빠는 돈을 냈으며, 썩어버린 이를 고쳐주었고, 나는 더 이상 자라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빠를 상자 안의 젖니처럼 그렇게 두 번째 아빠가 생기고 세 번째 아.. 2022. 7.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