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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스티브 로페즈3

사랑에 빠졌다는 것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거리의 악사 데이비드에게 그런 사람을 위한 일을 하는 레긴스 박사가 묻습니다. "항상 그렇게 돌아다닐 이유가 있나요?" 레긴스 박사가 물었다. 아니라고 데이비드는 대답했다. 그가 샌프란시스코를 떠난 이유는 그의 여자 친구가 헤로인 중독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랑 너무 오래 같이 있었어요." "그녀를 사랑했나요?" 박사가 물었다. "사람들은 그런 걸 사랑이라고 하더군요." 데이비드가 말했다. "내가 어리석었어요." "어쩌면 어리석은 것과 사랑에 빠진 건 같은 건지도 몰라요." 박사가 말했다. "동감이에요, 박사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솔로이스트』(스티브 로페즈, 랜덤하우스 2009)의 한 장면입니다. 사랑에 빠지는 건 어리석은 것과 같다? 사랑에 빠지는 건 어리석기 때문이다?.. 2021. 7. 1.
'현을 위한 세레나데'(차이코프스키) 음악은 어떻게 듣습니까? 정석(定石)이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내 말은, 음악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이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주로 그려보는 장면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입니다. 답답하다고 할까 봐 먼저 이야기합니다. 나는 주로 오케스트라의 합주 장면을 그려봅니다.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인데 때로는 혼신을 다하는 지휘자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음악을 제대로 듣는 것이 아닙니까? 연주회장을 그려볼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야 합니까? 눈 오는 거리를 걸어가거나 광활한 산야를 누비고 다니거나 어느 정원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고 끝없는 얘기를 나누거나, 그렇게 하는 것입니까? "솔로이스트"라는 소설에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듣는 장면이 나와 있었습니다. 칼럼을 주.. 2021. 2. 12.
스티브 로페즈 《솔로이스트》 스티브 로페즈 《솔로이스트 The soloist》 박산호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신문기자 스티브 로페즈가 혼잡한 거리 모퉁이의 베토벤 조각상 옆에서 쓰레기통을 뒤져 끄집어낸 듯한 낡은 바이올린으로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하는 흑인을 보았습니다. "소리가 근사한데요." "아, 고맙습니다." "농담 아니죠?" "난 음악가는 아니지만, 그래요, 정말 근사했어요." 그의 전 재산을 산더미처럼 실은 쇼핑카트 옆에서 그 흑인은 때가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에게선 기품이 느껴졌습니다. 나다니엘 안소니 아이어스, 50세쯤의 그 흑인은 정신분열증 환자였고, 스키드 로 근처에서 가장 큰 빈민 구제 시설인 미드나이트 미션에 있다고 했지만 잠은 거리에서 자는 노숙자였습니다. 더구나 줄이 두 개밖에 없는 바이올린.. 2020.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