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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불안2

퇴임 후의 시간들 퇴임 후 나는 힘들었습니다.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낮에도 저녁에 자리에 누울 때도 불안했습니다. 사람을 만나기가 두려웠고 전화가 오면 가슴이 덜컹했습니다. 사람이 그립거나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싫었습니다. 그 증상을 다 기록하기가 어렵고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러다가 비명에 죽겠다 싶었습니다. 숨쉬기가 어려워서 인터넷에서 숨 쉬는 방법을 찾아 메모하고 아파트 뒷동산에 올라가 연습했습니다. 심장병이 돌출해서 119에 실려 병원에 다녀왔는데 또 그래서 또 실려가고 또 실려갔습니다. 숨쉬기가 거북한 건 심장에는 좋지 않았을 것입니다. 잊히는 걸 싫어하면서 한편으로는 얼른 십 년쯤 훌쩍 지나가기를 빌었습니다(그새 12년이 흘러갔습니다. 누가 나를 인간으로 취급하겠습니까). 그.. 2022. 3. 15.
모처럼 화창한 이런 날 2019년이었나? 그해 가을, 날씨가 좋은 날마다 나는 불안하고 초조했다. 이른바 '공사 간에' 사소한 일들이야 늘 일어나는 것이고 마음이 흔들릴 만큼의 부담을 주는 큰 일만 없으면 살아가는 길이 그리 순탄치는 않아도 불안할 것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해 가을도 그랬겠지? 그런 날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었겠지? 괜히 '이러다가 무슨 일이 나는 거나 아닐까?' 불안하고 초조한 느낌은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런 건 말도 꺼내기 싫지만 흔히 "전쟁 전야"라는 말을 쓰는 것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진다더니, 이 가을도 오자마자 저 하늘이 더 높아진 것 같았다. 하늘이 정말 높아지나? 그건 아니겠지? 이런 하늘에 대한 좋은 묘사가 어디 있었지 싶어서 찾아보았더니 소설 "하우스 키핑"(매릴린 로빈.. 2021.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