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曜日 차빛귀룽나무1 「봄요일, 차빛귀룽나무」 봄曜日, 차빛귀룽나무 박수현 그 물가에는 차빛귀룽나무 한 그루 서 있었네 햇귀를 끌어당겨 푸른 머리핀처럼 꽂고 심심해지면 고요 밖에서 한눈팔 듯이 제 몸을 비춰보기도 한다네 그러고 나면 어찌 눈치채고 빈 데마다 쓸데없는 구름 그늘끼리 몇 평씩 떠 흐르네 낮결 내내 부젓가락처럼 아궁이를 뒤지던 부레옥잠도 어리연도 마냥 엎질러져 정강이째 찧으며 물살을 나르네 한나절 봄빛을 덖어낸 차빛귀룽나무 조붓하고 어린 나비잠을 스치며 희디흰 산그늘 한 마리 드문드문 허기져서 느린 봄날을 건너네 ―――――――――――――――――――――――――――――― 박수현 1953년 경북 청도 출생. 2003년 『시안』 등단. 시집 『운문호 붕어빵』 『복사뼈를 만지다』 등. 『현대문학』 2016년 5월호(172~173)에서 이 시를 보고.. 2016. 10.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