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고향3 내 친구 오경아 소설 "별들의 고향"(최인호) 여주인공은 예쁘고 명랑한 여인 오경아다. 뭇 남자들 등쌀에 불우하게 살다가 자살한 오경아, 그녀에게는 전차표, 극장 관람권, 단추, 머리핀, 그림엽서, 우표, 홍보용 성냥갑, 녹슨 못, 포장끈, 전기세 영수증, 아파트 관리비 영수증, 부러진 우산대... 같은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보관하는 버릇이 있다. 1970년대에 상업주의 소설이라고 하던 그 소설에서 이야기한 것들은, 당시로는 거의 다 상식이었겠지만 이 버릇 얘기는 내게는 특별했다. 몇 달간 오경아와 동거한 적이 있는 대학 미술 강사 김문오는 이렇게 얘기했다(1권, 173~174). 처음에 나는 그녀에게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느냐고 의아해하자, 그녀는 일단 못 쓰게 된 것일지라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2025. 2. 25. 최인호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 2 최인호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 2여백 2013 최초의 남자가 경아를 망가뜨렸듯이 두 번째 남자 만준도 음습하고 우울한 생활 속으로 경아를 밀어 넣어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경아를 한 번 더 파괴해 버렸다. # 그렇게 버려진 경아는 술집을 전전하는 생활을 하게 되고, 술 없이는 한시도 숨 쉴 수 없는, 술을 마시면 종달새처럼 지저귀고 노래하는 여인이 되었다.세상의 사내들은 아름다운 경아의 성을 가지고 싶어 집요하게 다가가고, 함부로 소유했다가 함부로 짓밟고 버린다.그림을 그리는 화자(김문오)도 그 사내들 중 하나였다.문오도 경아를 사랑했다. 문오가 경아를 사랑했으므로 경아도 문오를 사랑했다. 그러나 동거생활까지 한 문오의 사랑은 경아의 사랑과 다른 사랑이었다. 나의 외로움, 나의 슬픔, 나의 고독,.. 2025. 2. 18. 최인호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 1 최인호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 1여백, 2013 1947년생 오경아는 인형처럼 예쁘다. 밝고 낙천적이지만 외로움을 잘 탄다.혼자인 것을 잊기 위해 아이처럼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여인, 그러다가 울고 금방 또 웃는 여인, 혼자 있기가 싫어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싶어 하는 여인, 불행한 사람이나 생명 있는 것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여인,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며 무엇이든 모아놓는 여인...... 열아홉 살 그녀를 농락한 사내가 있었고, 후처로 삼은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들은 경아가 술에 익숙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세상을 버리게 했다. # 이 소설을 50여 년 전, 1973년에 읽은 나는 이렇게 멀쩡하게 남아 있지만 경아는 나 같은 사내들 때문에 이미 그때 세상을 떠났다.나는 왜 이미 사라.. 2025. 2.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