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덕2 분노·절망이 악덕이라고? 14세기 초에 피렌체의 화가 조토는 한 성당의 벽을 프레스코화들로 장식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 성당에는 14개의 벽감(壁龕)이 있었으며, 조토는 그 하나마다에 서로 다른 미덕이나 악덕을 알레고리화한 초상화를 하나씩 그리게 되었다. 그는 회중석에 가장 가까운 오른쪽 벽에 우선 기본적인 미덕으로 일컬어지는 "신중" "용기" "절제" "정의"를 그렸고, 그다음으로는 기독교의 미덕으로 일컬어지는 "신앙" "자비" "희망"을 그렸다. 그리고 반대편인 왼쪽 벽에는 이에 상응하는 악덕들을 배치했다. "우둔" "변덕" "분노" "불의" "불성실" "시기" "절망"이었다. 알랭 드 보통이 쓴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를 읽다가 이 부분에서 의아해졌다. 신중, 용기, 절제, 정의가 기본적인 미덕이고 신앙, 자비, .. 2024. 12. 13. "난 맛있는 건 나부터 먹어" 멋진 레스토랑 분위기의 식탁에 호텔에서나 보던 스테이크가 놓여 있다. 그 여배우가 스스로 차린 음식이다. 일흔이 넘었다는데도 아직 참 고운 그녀가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자리에 앉아 포크와 나이프를 집는다. "난 말이야, 맛있는 것은 나부터 먹어. 자식들만 챙겨주면 엄마는 이런 건 싫어하거나 못 먹는 줄 안다니까?" 그녀가 한 말은 꼭 이렇게는 아니었겠지만 아마도 비슷하긴 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었을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녀가 아주 미웠다. 아니, 그녀를 사정없이 미워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자식을 위해 헌신한, 헌신까진 아니라 해도 맛있는 것 먹으면 가족들부터(가족들을 잠깐이라도) 생각한 사람은 허탈해하지 않았을까? 난 지금까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온 거지? 이제 와서 .. 2023. 8.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