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초1 두려움 소설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1994)에서 교황 요한 22세의 사절단장 베르나르 기가 황제의 사절단 일행, 수도원장과 수도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인 혐의로 수도사 레미지오를 문초하는 장면은 584쪽에서 617쪽까지이다. 이 34쪽을 단숨에 읽었다. 두려웠다. 이른바 믿음을 가진 사람이, 더구나 아무리 후세에 비난을 받았다 해도 교황이라는 사람의 '바로 아래'에서 혹은 '옆'에서 하느님을 입에 달고 살아갔을 고위 성직자가, 이렇게 잔인하고 악독할 수도 있을까? 혹 그런 직위에 있으면 하느님이 '있으나 마나' 하다는 걸 훤하게 알아서 두려움 같은 게 사라지는 걸까? 아니, 이건 소설이지? 그럼 움베르토 에코의 마음속에 이런 잔인함, 악독함이 스며 있었던 걸까?…… 나는 성.. 2023. 7.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