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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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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 보기 : 이서수(중편소설) 《몸과 우리들》 이서수 《몸과 우리들》 현대문학 2023년 3월호 ※ 일부 발췌 여자도 남자도 아닌 상태로 당신과 자는 기분. 잠시 그것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제 몸을 구성하고 있는 신체 기관들 가운데 제가 이름 붙인 것은 한 가지도 없습니다. 저는 그럴 수 있는 권한을 박탈당한 채로 태어나 살아가고 있지요. 우리 모두 그렇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멋대로 이름 짓기 놀이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요. 저의 입술은 캐러멜입니다. 제 가슴은 솜사탕입니다. 저의 질은 와플입니다. 어떻습니까. 디저트로 이름 붙인 신체 기관이 먹음직스럽게 느껴지십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상당히 퇴행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일 것입니다. 먹다니요. 신체 기관은 먹고 먹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 다시 이름을 붙여봅시다. 저의 입술은 지평.. 2023. 3. 21.
데즈먼드 모리스 《바디워칭 BODY WATCHING》 데즈먼드 모리스《바디워칭 BODY WATCHING》 이규범 옮김, 범양사출판부 1997 1 극심한 피로, 쏟아지는 졸음을 가장(!)하며 남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는 여성을 보셨겠지요. 일요일 오후, 교외에서 들어오는 전철 안에서는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죠. 직접 연출도 해 보셨습니까? ^^ 오히려 불편하진 않습니까?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데즈먼드 모리스가 떠오릅니다. 동물학을 하다가 문화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꾼 학자라고 했지 싶은데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인간들'이 연출하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우리 인간들의 저런 모습이 동물들의 그런 모습과 유사한 것일까?' 싶고, 그런 동물들이 우리 '인간들'을 보면 또다른 어떤 동물의 행태를 떠올리며 고소를 금치 못하기도 할까 싶어집니다. '.. 2017.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