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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마스크3

"나를 위에서! 상대를 위에서!" # 나는 코로나 전에도 나는 웬만하면 마스크를 쓰고 다녔습니다. '뭐 저런 사람이 있을까?'('곧 죽을병에라도 걸렸나?') 싶어 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했습니다. '죽다 살아나서 면역력이 떨어져 봐라. 감기 걸린 사람이 옆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바람만 불어도 너도 걸린다.' # 코로나가 왔고 마스크를 써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무슨 사정이 있어서 쓰지 않은 사람이 보이긴 해도 대부분 쓰고 다녔습니다. 쓰지 않은 사람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마스크 쓴 얼굴을 보는 것이 일반화되는 것 같았습니다. # 그러던 것이 최근 - 코로나라는 괴물이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 너도 나도 마스크를 벗어던졌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번에도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 바닥인.. 2020. 8. 16.
아름답게 춤을 추는 사람들 "우리는 불경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 남자가 말했다. "유감이지만 여러분 모두를 내보내야 합니다. 이제, 여러분이 내 앞으로 줄을 서면 여러분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를 적도록 하겠습니다. 사정이 좀 나아지면, 제일 먼저 여러분에게 연락이 갈 겁니다." 사람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지만, 얼마 안 있어 서로 밀치고 욕을 해댔다. 나는 그 줄에 끼지 않았다. 나는 동료 노동자들이 충성스럽게 자기의 이름과 주소를 불러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바로 저런 인간들이 파티 같은 데서 아름답게 춤을 추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물함으로 걸어가서, 흰 작업복을 걸어놓고, 국자를 문에 기대놓고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찰스 부코스키 『팩토텀』(문학동네, 2017) 289~290. 동경만 해온 나라들이 '코로.. 2020. 4. 26.
두려워진 저 하늘 두려워진 저 하늘 2015.6.27. 오후 아파트 마당에서 본 여름하늘이 저렇게 깊었습니다. 지난봄은 연일 답답했습니다. 봄이 봄 같지 않다더니 초여름이 눈앞에 왔는데도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이어져서 봄옷은 꺼내놓기만 하고 입지도 못했고, 게다가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아주 죽.. 2015.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