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릴리1 박상순 「레몬 릴리」 레몬 릴리 박상순 지난여름의 카페는 문을 닫았다. 나는 겨울 속으로 들어갔다. 겨울 속을 걷는다. 고원에는 꽃이 피어 있다. 들어설 때는 겨울이었는데, 겨울비가 내렸는데, 어느새 나는 고원에 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풀밭뿐이다. 하늘만 보인다. 풀빛이 고원을 감싼다. 햇빛은 따가운데 바람은 제법 차갑다. 바람이 차가워서 돋아난 풀들은 낮게 드러누워 있다. 고원이라고 해야 할까. 초원이라고 해야 할까. 높은 산자락에는 비스듬히 풀빛만 가득하다. 멀리 보이는 희미한 세상은 까마득한 아래쪽에 있다. 이렇게 넓으니 초원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높으니 고원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먼 곳이니 세상의 바깥이라고 해야 할까. 가을 강을 건너서 겨울 속으로 왔는데, 꽃 피는 초원이다. 풀빛 사이로 군데군데 노란 꽃.. 2024. 2.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