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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등대지기2

헨리크 시엔키에비치 『등대지기 Latarnik』 헨리크 시엔키에비치『등대지기 Latarnik』(단편) 김은영 옮김, 작은키나무, 2006. Ⅰ 폴란드에서 온 스카빈스키 노인은 파나마 근처 에스핀월 항구의 등대지기입니다. 산전수전에 지칠대로 지쳐서 아이작 팰콘브릿지 영사에게 자신을 채용해 달라고 애원한 것입니다. "(…)저는 늙었고 이젠 쉬고 싶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 이제 내가 쉴 곳은 이곳뿐이다! 이곳이야말로 나의 안식처다!' (…) 영사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 일은 당신 한 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제가 간절히 원하는 이런 자리가 제 일생 동안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파나마에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었는지…… 간청합니다. 저는 정박하지 못하면 곧 침몰하고 말 배와 같은 처지입니다. 제발, 이 늙은이를 .. 2015. 11. 17.
동요 '겨울나무' 저녁나절에 라디오에서 동요 '겨울나무'를 들었습니다. 오십여 년 전, 방학 때만 되면 돌아가 조용히 지내던 그 시골집 건넌방에서 듣던 라디오가 생각났습니다. 조용한 초겨울 저녁때여서 그 생각이 났을 것입니다. 라디오는 초겨울 저녁때나 듣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FM 프로그램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같다는 느낌입니다. 변하지 않았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요. 우리가 세상에서 사라진 날에도 오늘 같은 초겨울 저녁나절에는 그리운 우리 가곡, 동요들이 어김없이 들려올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6학년을 맡아서, 어슬프게 가르친 나에게 그 아이들이 물었습니다. "선생님, 좋아하시는 노래가 뭐예요? 18번요." 곧 방학이고 그러면 졸업이 이어질 초겨울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런.. 2011.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