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모임2 기이하게 된 내 판단력 우리 초등 동기생 세 명은 A-4에 배정되어 있었다.뭐든 얘기해도 좋은 사이지만 주고받은 얘기들을 각자 자신의 아내에게 전하고 안 하는 건 알 수가 없다.C와 C' 둘 다 아내와 다른 방에서 잔다고 했다. 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나는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그 얘기를 전하지 않았다. 쓸데없기 때문이었다).나도 그들에게 그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었다.우리는 그 사실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고 즐거워하거나 서글퍼하지 않았고 울거나 웃지도 않았다. 오늘도 C가 주로 얘기했고, 나는 적극적으로 들어주었고, C'는 관심 갖고 듣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가 없었다. 주변이 소란스러운 데다가 C의 음성은 요즘 더욱 탁해져서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짐작으로 대충 듣지만 C'는 평생 한결같이 그렇게 들었다.. 2025. 1. 26. 모임의 끝 코로나가 난동을 부리기 전의 초겨울에 우리는 둘이서 만났습니다. 죽은 사람도 있긴 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여럿인데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사당동에서 처음 만날 때는 열 명 정도는 되었고 너도나도 그 산촌에서 태어나 서울 올라와 산다는 의식으로 서로 어깨를 올리고 잘난 척하고 그랬는데 그렇게 잘난 척하는 꼴을 연출한 뒤로는 하나씩 하나씩 줄어들었습니다.맨 처음에 누가 나오지 않게 되었을 때는 마음이 살짝 어두워지고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나중에는 '또?' '또!' 하게 되었고 드디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싶었습니다. O는 하필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지병으로 죽었습니다. 집 짓는 일을 하고 자신의 집이 열 채는 된다고 하더니 그게 다 빚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고, 마.. 2022. 1.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