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시 한 편3 박형권 「털 난 꼬막」 아버지와 어머니가 염소막에서 배꼽을 맞추고 야반도주할 때가덕섬에서 부산 남포동에 닿는 물길 열어준 사람은 오촌 당숙이시고끝까지 뒤를 추적하다 선창에서 포기한 사람들은 외삼촌들이시고나 낳은 사람은 물론 어머니이시고나 낳다가 잠에 빠져들 때 뺨을 때려준 사람은 부산 고모님이시고나하고 엄마, 길보다 낮은 집에 남겨두고군대에 간 사람은 우리 아버지시고젖도 안 떨어진 나 안고 '천신호'를 타고, 멀미를 타고 가덕섬으로 돌아온 사람은 할머니시고빨아 먹을 사람 없어지자 젖이 넘쳐나염색공장 변소 바닥이 하얗도록 짜낸 사람은 다시 우리 어머니시고젖 대신 감성돔 낚아서 죽 끓여 나를 먹인 사람은큰아버지시고무엇을 씹을 때부터개펄에서 털 난 꼬막 캐와서 먹인 사람은 큰어머니시고그렇게 저녁마다 차나락 볏짚으로 큰아버지 주먹만 .. 2010. 4. 19. 박남원 「그렇다고 굳이」 그렇다고 굳이 박남원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난 여자와 욕정에 이끌려 하룻밤을 잤다.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그래도 무언가 진지함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해서 땀 흘리는 정사가 막 끝났을 때, 우리는 인간의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가끔 내 스스로에게 돌아오기는 했다. 가끔은 우리들 스스로에게 돌아오려고 노력하긴 했다. 그때마다 흔들리며 바람이 불었지만 그렇다고 굳이 울지는 않았다. "인간의 꿈과 희망"을 기억하는 70년대적 영혼이 아직도 살아 있단 말인가. "스스로에게 돌아오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아직도 있단 말인가. 이 창궐한 욕망과 욕정의 시간에, 촌스럽게도? 읽기에 따라 시 속의 "하룻밤"은 모든 타락한 세속적 삶의 은유로도 읽힌다. 희망과 .. 2010. 1. 5. 천상병 「小陵調 -70년 추석에」 천상병(千祥炳, 1930. 1. 29 일본 효고현 ~ 1993. 4. 28)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종교는 기독교이며, 소풍 온 속세를 떠나 하늘고향으로 돌아간다는《귀천(歸天)》으로 유명하다. 1967년 불행히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심한 옥고와 고문을 겪었으며, 1993년 지병인 간경화로 인해 타계하였다. 위키백과의「천상병」은 이렇게 시작된다. 더 자세한 부분을 보면 이런 해설도 나온다. 1955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했으며, 중앙정보부에 의해 과장된 사건으로 판명된 소위 '동백림사건'(1967년)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친구 강빈구에게 막걸리값으로 5백원,1천원씩 받아 썼던 돈은 공작금으로 과장되었으며, 천상병 시인 자신도 전기고문으로 몸과 정신이 멍들었다. 그때의 처참한 .. 2009. 11.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