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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누군가의 시 한 편3

박형권 「털 난 꼬막」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허 참 허 참…… 내가 퇴임을 했으니 ……' 하며 지내다가 『현대문학』 3월호를 보고 있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설명을 해보려고 덤벼들어 봐도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김사인 시인의 말에 따르면 대책이 서지 않는 시 한 편을 옮깁니다. 시인 자신이 화자(話者)인, 그 시인의 가계사(家系史)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에는 그 중에서도 지금 노년기에 들어선 사람치고 이 가계사의 주인공보다 나은, 이보다 화려한 세월을 보냈다고 큰소리칠 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사인 시인의 감상문 또한 한 편의 시와 같아서 시 아래에 그대로 옮깁니다. 「털 난 꼬막 Ⅱ」가 될 만한 감상문입니다. [박형권 시인의 시집 『우두커니』(2009, 실천문학)에서 김사인 시인이 뽑.. 2010. 4. 19.
박남원 「그렇다고 굳이」 그렇다고 굳이 박남원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난 여자와 욕정에 이끌려 하룻밤을 잤다.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그래도 무언가 진지함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해서 땀 흘리는 정사가 막 끝났을 때, 우리는 인간의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가끔 내 스스로에게 돌아오기는 했다. 가끔은 우리들 스스로에게 돌아오려고 노력하긴 했다. 그때마다 흔들리며 바람이 불었지만 그렇다고 굳이 울지는 않았다. "인간의 꿈과 희망"을 기억하는 70년대적 영혼이 아직도 살아 있단 말인가. "스스로에게 돌아오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아직도 있단 말인가. 이 창궐한 욕망과 욕정의 시간에, 촌스럽게도? 읽기에 따라 시 속의 "하룻밤"은 모든 타락한 세속적 삶의 은유로도 읽힌다. 희망과 .. 2010. 1. 5.
천상병 「小陵調 -70년 추석에」 천상병(千祥炳, 1930. 1. 29 일본 효고현 ~ 1993. 4. 28)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종교는 기독교이며, 소풍 온 속세를 떠나 하늘고향으로 돌아간다는《귀천(歸天)》으로 유명하다. 1967년 불행히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심한 옥고와 고문을 겪었으며, 1993년 지병인 간경화로 인해 타계하였다. 위키백과의「천상병」은 이렇게 시작된다. 더 자세한 부분을 보면 이런 해설도 나온다. 1955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했으며, 중앙정보부에 의해 과장된 사건으로 판명된 소위 '동백림사건'(1967년)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친구 강빈구에게 막걸리값으로 5백원,1천원씩 받아 썼던 돈은 공작금으로 과장되었으며, 천상병 시인 자신도 전기고문으로 몸과 정신이 멍들었다. 그때의 처참한 .. 2009.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