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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빈2

참 비교육적인 “내빈 여러분”(2011.1.20) 수백 명의 교사·교장들이 운집한 대형 연수회장,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 곧 교육감 혹은 고위직이 입장한다는 안내방송이 반복된다. 분위기를 정돈하고 정중한 예를 갖추어 달라는 뜻이다. 교직생활을 웬만큼만 한 교원이라면 어느 지역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드디어 그 교육감이 부하직원들을 거느리고 호기롭게 나타나 단상으로 올라가면 연수회장의 앞좌석까지 가득 차게 되고, 그때까지의 지루했던 기다림의 분위기를 일신하면서 국민의례와 교육감 인사가 일사불란하게 이어진다. 때마다 그렇다고 했으므로 바쁘지 않을 때가 있을 것 같지 않고 그 날도 여러 가지 일로 너무나 분주한 가운데 특별히 시간을 마련했다는 그 교육감이, 교육의 지향점과 자신의 교육관을 역설하고 단상을 내려오면, 입장할 때 뒤따르던 그 인사들이 .. 2011. 1. 20.
꼴불견 내빈 Ⅰ 지난 11월 어느 날, 우리 동네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장애우 학생 대상 태권도 대회가 열렸습니다. 제법 쌀쌀한 일요일인데도 '내빈'이 많이 와 있었습니다. 나는 이제 공직에서 물러났으니까 그런 자리에 버젓이 참석하기가 쑥스러워 출입구 쪽 사람들 틈에서 살펴봤더니(우선 제 모습이 '꼴불견'이었겠지요), 단상에는 국회의원과 도의회·시의회 의원들, 교육장들이 줄지어 앉아 있고 저 안쪽 창문 아래로는 교장들과 장학관·장학사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가운데의 바닥엔 태권도복 차림의 학생들이 앉아 있고, 뒷편 의자에는 학부모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쪽 창문 아래로 저처럼 서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었으므로 '신분이 모호한 사람들'이라고 해두겠습니다. Ⅱ 안내장에는 한국장애인인권헌장, 식순, 대회사.. 2010.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