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伴侶 이야기1 유희경 「이야기」 "조용히, 심지어 아름답게 무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조용히, 심지어 아름답게 무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희경 그해 여름엔 참 놀라운 일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딱따구리와 함께 보낸 장마 기간을 잊을 수 없다 빨간 머리의 딱따구리는, 적어도 내 방에서만큼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책장에 구멍을 내거나 구멍을 내는 소리로 나를 깨우지도 않았다 나는 더러 그가 딱따구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 딱따구리였다 시내 큰 서점에 가서 사 온 커다랗고 비싼 조류도감에도 한 치 다를 바 없는 그의 모습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으니까 딱따구리가 때론 포유류의 머리를 공격해 뇌를 파먹기도 한다는 경고를 그 책에서 읽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가 머무는 동안 나는 희미하고 끈질긴 두통에 시달렸다 그럴 때마다 머리의 이쪽저쪽을 만져보면서 딱따구리.. 2024. 5.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