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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김유정2

실레 이야기 마을 경춘선 김유정역에서 내리면 실레 이야기 마을에 갈 수 있습니다. 그곳에는 세 번을 가봤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두 번째는 아내와, 세 번째는 동향 친구들과 함께였습니다. 친구들은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기 위한 여행이었으므로 그곳에서 내려 시간을 맞추는 의미가 없지 않으면서도 일행 중에 '내노라' 하는 시인이 한 명 포함되어 있어 다행이었지만, 지난해 초여름 아내와 함께 갔을 떄는 생뚱맞은 코스라고 할 줄 알았던 것이 "웬 김유정문학관이냐?"는 표정도 짓지 않았고, 더구나 서너 시간 걸려 금병산 기슭의 '실레 이야기길'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았는데 그래서인지 지금 떠올려도 그 마을이 정겹게만 느껴져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더 찾아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나 물건은 물론, 어떤 장소, 여행지도 알게.. 2011. 11. 21.
김유정 『동백꽃』 김유정 단편선 『동백꽃』 문학과지성사 2009 맑은 시내에 붉은 잎을 담그며 일쩌운1 바람이 오르내리는 늦은 가을이다. 시든 언덕 위를 복만이는 묵묵히 걸었고 나는 팔짱을 끼고 그 뒤를 따랐다. 이때 적으나마 내가 제 친구니까 되든 안 되든 한번 말려보고도 싶었다. 다른 짓은 다 할지라도 영득이(다섯 살 된 아들이다)를 생각하여 아내만은 팔지 말라고 사실 말려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저를 먹여주지 못하는 이상 남의 일이라고 말하기 좋아 이러쿵저러쿵 지껄이기도 어려운 일이다. 맞붙잡고 굶느니 아내는 다른 데 가서 잘 먹고 또 남편은 남편대로 그 돈으로 잘 먹고 이렇게 일이 필 수도 있지 않느냐. 복만이의 뒤를 따라가며 나는 도리어 나의 걱정이 더 큰 것을 알았다. 기껏 한 해 동안 농사를.. 2010.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