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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기대2

하루 또 하루, 내일에 대한 기대 아버지는 손자와 손녀가 태어나면서 할아버지가 달라진 것이라고 추측했다. 내가 출판사에 편집자로 취직했을 때, 할아버지는 무척 기뻐했다.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이 우주를 인식하기에 육신의 삶은 너무나 짧기에 인간은 말과 글을 통해 서로 협조함으로써 자신을 완성해나갈 시간을 단축해야만 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백 퍼센트 동의한다. 덕분에 책은 우리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 그날도 나는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의 불』이라는 신간을 들고 갔다. 고대 이집트에 있던 알렉산드리아도서관에 소장됐다가 도서관이 불타면서 유실된 책들을 다루는 내용이었는데, 얘기하다 보니 어느샌가 다산 정약용으로 이야기가 넘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이 우주를 인식하기에는 육신의 삶은 너무나 짧기.. 2021. 1. 15.
그렇게 더워요? 남양주시청에서 발간하는 『쾌한도시』 8월호 표지 뒷면입니다. 전철을 타고 오며 펼쳤습니다. 철썩 철썩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빠, 엄마와 함께 쌓던 모래성, 혹시라도 파도에 쓸려 내려갈까 조심조심 토닥이며 한 단, 한 단 모래를 쌓으면 아슬아슬한 나만의 성이 맞이해 준다. 이 글과 그림을 보며 아무것도 없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나의 여름방학들을 생각했습니다. '모래성'은 무슨…… '아빠, 엄마'는 무슨…… 나는 방학만 되면, 방학숙제를 했다 하면, 커다란 수박과 넓고푸른 바다를 그렸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저 위의 저런 그림과 글들이 주는 막연한 '기대'를 생각하고 그리워했습니다. 내게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일어나겠지 이번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일어나겠지 그렇게 여섯 번의 여름방학과 여.. 2013.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