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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기념타월2

끔찍한 기념 타월 마트에 진열된 수건들은 늘 눈길을 끈다. 몇 장씩 묶여 있는 그 수건 세트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색상도 무늬도 아름다운 저 수건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아내 몰래 사서 누가 주더라고 해볼까? 한동안 생각하다가 그 사기(詐欺)는 포기하고 말았다. 아내는 기념 타월을 차곡차곡 챙겨 자신은 아껴 쓰고, 아낌없이 나눠주면서 “지금까지 수건은 사서 쓴 적이 없다”고 하는 걸 몇 번 들었는데 좀 자랑스러운 느낌이 배어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아내와 나)의 삶이 신산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아내가 모아두고 쓰는 그 기념 타월이 우리의 곤궁함을 보여주는 상징은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돈으로 치면 몇 푼 하지 않을 그 기념 타월을 얻게 되면 집에까지 오는 동안 분실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써서 전철이나 어.. 2020. 9. 18.
「4번 타자」 4번 타자 한상순 할머니 손전화 단축번호는 아빠 1 엄마 2 언니 3 나 4 아빠 손전화엔 엄마 1 할머니 2 언니 3 나 4 엄마 손전화엔 아빠 1 언니 2 할머니 3 나 4 언니 손전화엔 할머니 1 엄마 2 아빠 3 나 4 난 언제나 변치 않는 4번 타자 ―――――――――――――――――――――――――――――――――――――――― 동시집 《병원에 온 비둘기》에서 「뻥튀기는 외로워」라는 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4번 타자」를 보고 '이런 재미있는 시인이 또 있구나' 싶어서 찾아봤더니 바로 그 시인입니다. 아빠는 혹 "내가 왜 3번이냐?"고 따지고, 엄마도 혹 "내가 2번이란 말이지?" 할 수도 있고, 할머니도 누구에겐가 2번 아니면 3번인 걸 섭섭해 하실 수도 있지만, 정작 누구에게나 4번인 이.. 2015.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