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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고령화3

와!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 (2023.9.22) 우리나라가 망했다고? 완전히? 왜? 기사 제목 아래 한 여성이 보인다. 두 손을 머리에 얹고 놀란 표정으로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조앤 윌리엄스/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 화면 아래쪽에 이름, 직위와 함께 자극적인 그 탄식이 소개되어 있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우리나라가 완전히 망했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 과장 아닌가? EBS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예고편에 나왔다는 그 사진은, 우리나라의 너무나 저조한 출산율에 관한 설명을 듣고 놀란 반응을 보인 것으로 그 내용을 전한 모든 기사에 똑같이 다 실렸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얼마나 낮기에? 2022년 합계출산율 0.78은 세계 최저 수치일 뿐만 아니라 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도 꼴찌다. OECD 평균 출산율(1.59명.. 2023. 9. 22.
사라져 가는 것들 Ⅰ 카네이션을 달고 다니는 모습이 드물게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살고 있는 분이 "엄마 날"에 "파트타임 들어간다"고 써보낸 걸 보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그냥 어머니 날로 두었더라면 차라리 나았을 걸…… 어머니들이라도 하루 대접 좀 받을 수 있을 텐데……' 구태여 '어버이 날'로 바꿀 때의 그 쑥스러움도 새삼스레 떠올랐습니다. 누군가 "어머니 날만 정해 놓으면, 아버지들은 어떻게 하나? 남자들만 손해를 보라는 말이냐?"고 대어들었던 것일까요? 그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래, 이제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어버려 속이 시원합니까?" 하고 좀 따져보면 '속이라도 시원하겠습니다'. Ⅱ 전철을 타고 오는 동안 다 살펴봐도 카네이션을 단 노인은 딱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그분은 나처럼 저승꽃이.. 2015. 5. 8.
문태준 「맨발」 "문태준이 두 번째 시집 『맨발』(창비, 2004)을 출간하고 세 개의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면서 1990년대 이래 서정시의 영광을 절정에까지 끌어올린 2004년" 『현대문학』 2015년 1월호의 특집 《2000년대의 한국 문학》에서 본 문장입니다.* 시인으로서, 아니 그 무엇으로도 이보다 더한 평가를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거기에 이런 설명도 있었습니다. 문태준의 두 번째 시집 『맨발』에 쏟아진 호평은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것이었고(2년 뒤에 세 번째 시집 『가재미』를 출간하기 전까지 그는 총 다섯 개의 문학상을 받았다). 이 시인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미 당대를 대표하는 서정 시인으로 추대되고 말았다. 시집의 표제작인 「맨발」은 일단은 시인의 부친에게 바쳐진 작품이겠지만, 넓게는 1.. 2015.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