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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걷기 예찬2

민구 「걷기 예찬」 걷기 예찬 민구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걸을수록 나 자신과 멀어지기 때문이다 제중 조절, 심장 기능 강화, 사색, 스트레스 해소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걷기란 갖다 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제는 만 오천 보 정도 이동해서 한강공원에 나를 유기했다 누군가 목격하기 전에 팔다리를 잘라서 땅에 묻고 나머지는 돌에 매달아 강물에 던졌다 머리는 퐁당 소리를 내며 가라앉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다시 붙어 있었고 나는 잔소리에 시달려서 한숨도 못 잤다 걷기란 나를 한 발짝씩 떠밀고 들어가서 죽이는 것이다 여럿이 함께 걸을 때도 있었다 나와 함께 걷던 사람들은 모두 자신과 더 가까워지리란 믿음이 있거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걷기를 예찬했다 그런 날에는 밤 산책을 나가서 더 멀리 더 오래 혼자 걸었다.. 2022. 11. 27.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 예찬》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걷기 예찬》 김화영 옮김, 현대문학, 2010(초판 16쇄)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발로 걸어가는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활짝 열어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으로 빠져든다. 그 명상에서 돌아올 때면 가끔 사람이 달라져서 당장의 삶을 지배하는 다급한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시간을 그윽하게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보던 고급 에세이의 이 분위기는 마지막까지 거의 변함없다. 재미있는 일화도 몇 편 들어 있고 자주 장자크 루소, 피에르 상소, 패트릭 리 퍼모, 바쇼, 스티븐슨의 문장이 등장한다. 걷기가 죽음을 유보시켜 준다는 걸 강조하는 사람을 보았다. 그는 .. 2021.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