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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개망초꽃2

개망초 향기 "요즘도 많이 바쁘죠?" 그렇게 물으면 되겠지, 생각하며 며칠을 지냈다. 누구에게든 이쪽에서 먼저 전화를 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더니 이젠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고 있다. 그러던 차에 전화가 왔네?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면 수다가 된다는 걸 염두에 두며 대체로 묻는 것에만 대답했다. 너무 서둘러 끊었나? 섭섭해할까 싶어서 개망초 사진을 보내주었다. 답이 없다. ... 바쁘긴 바쁜가 보다. 밤 9시 24분, 잊고 있었는데 답이 왔다. 다섯 시간 만이었다. 저쪽 : 꿀 냄새만 나는 게 아닌걸요~ 개 망할 풀 왜 이리 이뻐요!? 나 : 밭 임자가 의사인데 많이 바쁘겠지요, 지난해 심은 대추나무가 다 죽어 그 혼이 개망초꽃으로 피어나서 그래요 ^^ 저쪽 : 선생님, 눈물 나려고 해요 ㅠㅠ 나 : 아! 이런!!! .. 2023. 7. 4.
나는 아무래도 개망초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이 개망초 밭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하면서 아무래도 나는 개망초과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꽃을 좋아합니까?" 미팅 같은 건 내겐 이제 혹 저승에 가서나 있을지 모르지만 가령 그렇게 물을 때 뭐라고 답하면 좋겠습니까? "전 장미를 좋아합니다!" 그렇게 답하면 돋보이거나 어울리거나 그 외모조차 장미 같아 보이거나 할 사람이 적지 않겠지만 그게 바로 파란편지라니, 우습지 않겠습니까? 나 참 같잖아서... "저는 수선화를 좋아합니다" "저는 히야신스를 좋아합니다" "저는 붓꽃 마니아입니다" "저는 고흐처럼 해바라기 광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국화를 좋아했습니다" "저는 자귀나무 꽃을 좋아합니다" "저는 저 여성스러운 수국을 좋아합니다" ...... 사실은 그동안 꽃을 .. 2021.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