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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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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희 「강」 언 강이 녹는다 이쪽 산에 사는 고라니가 저쪽 산에 사는 멧토끼가 겨우내 건너던 얼음 다리 봄볕이 철거작업 중이다 천천히 지름길이 사라진다. 세상에 봄이 오는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동시작가 작품 중에는 아이들 흉내를 낸 것들이 있습니다. 장난 같고 심지어 같잖기도 합니다. 괜히 짜증도 나고, 이러니까 성인들은 물론 아이들로부터도 외면받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남의 일이니까 그냥 놔두면 되겠지만 혹 좋은 작품이 없을까 싶어서 또 살피게 되는데 그러다가 작가 작품다운 작품을 발견하면 '봐!' 하게 됩니다. 유미희는 어떤 작가인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이런 시를 주로 쓰는지, 그것도 알 수 없습니다. 설목의 카페 《오늘의 동시문학》「내가 본 동시」에 나무늘보라는 분이 실어놓은 이 작품을 봤습니다. 올봄.. 2023. 5. 2.
윤예영 「강을 위한 망가」 강을 위한 망가 윤예영 일요일 오후 산책을 해요 강변을 따라 걷지요 엄마들은 쇼핑카트에 인형 얼굴을 한 아기들을 태우고 아빠들은 빨강 파랑 노랑 헬맷을 쓰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요 햇살은 차갑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고 그러니까 두 시와 세 시 사이에서 초당 일 도씩 기울구요 젤리처럼 출렁이는 강물 위에는 고무 오리가 헤엄을 쳐요 리뉴얼된 강에는 갈대나 잡풀은 자라지 않아요 대신 헬륨가스를 빵빵하게 채운 풍선들이 노래를 해요 이 강은 폭 1.5미터 길이 400㎞의 첨단시스템으로서 자체정화시스템과 자동수위조절장치를 부착하여 조심하세요! 아이들이 카트에서 뛰어내릴 수 있어요 엄마, 내가 풍선이 지껄이는 잔소리까지 들어야겠어? 그리곤 귀여운 무릎을 구부리며 물수제비를 뜨지요 고무 오리가 날아오르고 그렇지! 풍선이 .. 2011.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