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頭鳥1 직박구리에게 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희들 존재조차 몰랐었어. 관심이 없었던 거지. 아직 날이 채 밝지도 않은 새벽부터 꽥꽥 쫵쫵 악착같이 떠들어대는 녀석들, '행동대장'이 꽥꽥거리며 지휘하는 대로 무리를 지어 다니며 달콤한 열매가 달린 나무를 점령하는 것들, 익은 열매를 거들낸 다음엔 익지 않은 것조차 감미만 돌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우는 것들, 방조망 아래로 기어들어가서라도 실컷 따먹고는 나오지를 못해 푸드덕거리다가 꺼내주면 고마워하지도 않고 달아나는 것들, 꺼내줄 사람이 없으면 그 자리에서 말라죽어버리고 날개와 깃털, 해골만 남기는 것들, 이쪽저쪽으로 휙 휙 바람을 일으키며 위협 비상을 하는 것들, 이(李) 상무는 산까치로 부르지만 뭘로 봐도 직박구리가 분명한 것들, 뭔가 좋아할 만한 구석을 가지고 있겠지.. 2023. 8.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