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의 선행학습은 교실수업을 무력화한다. 이미 배운 것이라면 여간해서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은 당연하다. 학생들이 도무지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것도 대체로 사교육 때문이다. 교문에서 기다렸다가 숨 돌릴 겨를 없이 학원으로 데려가거나 파파라치가 단속할 때까지 학원에 있어야 한다면 무슨 수로 소질과 적성에 따른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사교육은 인성교육이나 창의성 교육을 실현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하겠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결국 일방적인 강의를 들으며 외우고 또 외우고 문제풀이를 거듭하는 ‘훈련’에 매몰되고 만다.
사교육의 과도한 팽창에 따른 폐해는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우리 교육을 칭찬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 때문이고, 한국교육의 자화상을 그리라면 사교육으로 인해 일그러진 부끄러운 교육현장을 이야기하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다. 그런 것은 교육의 본질에 비추어 살펴본 사례일 뿐이다. 학원가가 주거지 형성의 요건이 되고, 따라서 삶의 질 측정의 지표로 작용하며, 막대한 사교육비가 저출산의 근본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어느 정권도 사교육의 팽창을 막지 못하여 그 힘은 날로 막강해졌다.
이런 마당에 ‘정말’이라면 이변(異變)이 일어났다. 2010년, 총 사교육비 전년대비 7천541억원(3.5%) 감소! 지난 15일, 교육과학기술부는 모처럼 놀라운 발표를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에 21조 6천억원이던 사교육비가 2010년에는 20조 9천억원으로 감소하고, 이에 따라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24만2천원에서 2천원(0.8%)이 감소함으로써 매년 10% 이상 증가하던 사교육비가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특목고 진학 희망 중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 감소(11.3%), 강남지역의 사교육비 감소(5.1%)를 보고 자기주도학습 전형 도입, 학원 교습시간 단축 등 사교육 경감대책의 성과가 가시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공교육 강화 정책에 따른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보다 장기적·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호기롭다고 해야 할까. 교과부는 ‘사교육 팽창→공교육 약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차단되었다면서 학교 수업을 교과와 학생중심의 맞춤형으로 바꾸고, 방과후학교의 질 개선, 사교육비 경감 성과의 시·도교육청 평가 및 교부금 반영 등을 통해 ‘공교육 강화→사교육 경감의 선순환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올해의 사교육비부터 1조 이상 경감시키겠다고 했다.
사교육비가 감소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더구나 사교육 팽창→공교육 약화의 고리가 차단되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럼에도 언론의 반응은 냉담하고 비판적이다. 학생 수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경제환경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거나 방과후학교 비용과 EBS 교재비가 통계에서 빠졌다고도 했고 심야학원 금지의 풍선효과와 착시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심지어 매우 비관적인 논평도 있었다. ‘사교육비가 줄었다? 과연 그럴까?’ ‘그럴 리가?’ ‘사교육 경감은 허상!’
성급할 것 없다. 1년 혹은 2년 후면 더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감소냐 아니냐?’ 다툼이 아니라 ‘왜 사교육비를 줄여야 하는가?’ 그 목적을 상기해보는 일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줄이기만 하면 된다’는 논리로는 언젠가 다시 더 큰 힘을 들여 바로잡아야 하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례가 논술교육이다. 학교에서는 지도하기 어렵고 학원교습이 더 유리하니까 아예 대입전형에서 제외하자는 생각이다.
분명히 할 것이 더 있다. ‘사교육 경감’과 ‘공교육 강화’ 중 어느 쪽이 목적인가? ‘그게 그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수능문항, EBS 강의 70% 연계 출제─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그 시책에 편승해 학교 교실까지 ‘침투’한 EBS 교재는, 사교육 경감과 공교육 강화 중 어느 쪽이 목적인지 불분명하게 한다.
‘야간자율학습 등 공교육 시간을 늘려서 사교육 시간을 줄이자’는 사고방식도 그렇다. 그건 교육과 학습의 원리에 맞는 것도 아니고 경쟁원리에 맞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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