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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AI3

히라노 게이치로 《본심》 히라노 게이치로 平野啓一郞 《본심》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23년 2월호 "어머님의 VF(virtual figure)를 제작해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네." "VF에 관해서는 대략 알고 계십니까?" "아마도 일반적인 상식 정도밖에는......" "가상공간 안에 인간을 만드는 것이에요. 모델이 있는 경우와 완전한 가공의 인물인 경우,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시카와 시쿠야 씨의 경우에는 모델이 있는 쪽을 의뢰해 주셨네요. 겉모습은 실제 사람과 전혀 구별이 안 될 정도예요. 이를테면 저의 VF와 저 자신이 가상공간에서 이시카와 씨를 만나더라도 어느 쪽이 실물인지 분명 구별을 못 하실 거예요." "그렇게까지 똑같아요?" "이따가 보여드리겠지만 그 점에 관해서는 믿어주셔도 좋습니다. 말을 건네면 아주 자연스.. 2023. 3. 13.
단편적 지식주입식교육, 백약이 무효? (2022.12.30) 우리 교육의 수준을 평가해보자고 하면 뭐라고들 할까? 교육부 직원이라면? 서슴없이 세계적 수준임을 얘기하고 싶을 것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를 보여주면서 교육자라면 거의 누구나 부러워하는 핀란드와 수위를 다투어 왔다는 사실을 강조하겠지. 그러면 핀란드 학생들은 오후 3시까지만 공부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11시까지 공부해야만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이 있다. 어느 해외 인사가 깜짝 놀라며 한국에선 세 시간만 공부하느냐고 문의한 일이 실제로 있었으니까 그 11시가 오후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객쩍은 소리지만 하루가 학생들에게도 공평하게 24시간일 뿐인 사실은 다행스러운 일이 분명하다. 시간이 더 허용된다면 학생들은 더 고달픈 세월을 보내야 하리라. 그들의 하루하루는 .. 2022. 12. 30.
AI 여인이 꿰뚫어볼 내 정체 아주 잠깐 곁눈질로 여인의 가슴을 바라보았습니다. 일부러 바라본 건 아니었습니다. 정말 별생각 없었습니다. 지나쳐서 뒤돌아보고 안심했습니다. 진짜인간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좀 봐도 괜찮은(?) 가짜인간이었습니다. 코로나가 횡행하기 전해 여름에 아내를 따라다니는 길에서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 여인은 몸 어딘가에 AI를 숨겨가지고 무심한 듯한 저 눈길로 나를 바라보면서 생각할 것입니다. '저 영감쟁이 지금 입고 있는 저 티셔츠는 적어도 10년은 된 것이다. 저 케케묵은 인간은 좀처럼 새 옷을 구입할 의사가 없다. 철 지난 옷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트렌드의 옷을 입으면 오히려 어색해한다. 저런 노인은 우리의 유혹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여인은 그 '분석'을 매장 안 어느 .. 2022.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