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의 범위1 진달래 1 산길에서 진달래를 만나는 이 나날이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처음엔 '또 진달래가 피네' 했습니다. 오늘은 또 생각했습니다. '다 피고 나면 어떻게 하나?' '봄이 다 가면 그때는 그럼 어떻게 하나?' 2 195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득한 그 어디쯤에서 진달래 꽃잎을 따먹고 있으면 입술이 새빨간 사람에게 잡아먹힌다고 했습니다. 내 빨간 간을 내가 보는 데서 꺼내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이지만, 입술 붉은 그 사람은 분명 병자(病者)이니까 성치는 않을 그 몸으로 주춤주춤 다가오면, 미끈거릴 고무신을 얼른 벗어 들고 뛰어 달아나면 그만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진달래 꽃잎 좀 따먹지 않고는 힘이 너무 들었는데, 그렇지만 입술이 퍼렇도록 그걸 따먹어도 배는 점점 더 고팠.. 2020. 3.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