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산 다미아노1 유혜빈 「카페 산 다미아노」 카페 산 다미아노 유혜빈 영원에게 말한 적 있다 시월 마지막 날 정동에 다녀오자고 돌담길 지나 있는 카페 바깥에 앉아나 있자고 커피나 대충 시켜놓고 휴지에 아무 글자나 끄적이고 있자고...... 아니 가본 건 아니고요 가을에 꼭 가봐야 한다고 누가 그러던데요...... 이름이 산 다미아노...... 라는데요...... 그는 기어코 잊어버리자고 만든 약속을 기억해낸다 나는 당황스럽게 풍족해진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무언가 차오르고 있었다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영원으로부터 온 것이지만 영원과 상관없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우린 눈 감을 때마다 걷고 있었는데 걸을 때마다 길이 생겨났다 조금 멀리 왔구나 알게 되면 영원은 돌아가야 할 것이다 걸어온 길을 따.. 2021. 2.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