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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최인훈2

최인훈 《구운몽》 최인훈 《구운몽》 문학과지성사 1996(3판12쇄) 민. 얼마나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입니까? 저를 너무 꾸짖지 마세요. 지금의 저는 민을 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돌아오는 일요일 아세아극장 앞 '미궁' 다방에서 기다리겠어요. 1시에서 1시 30분까지. 모든 얘기 만나서 드리기로 하고 이만. 민, 꼭 오셔야 해요.(195) 사라졌던 연인이 남긴 편지를 읽으면서부터 민은 끝없는 '미궁'을 헤맨다. 그를 쫓는 사람들을 피하려고 갖은 애를 쓴다. 그 '여로'가 김만중의 『구운몽』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니까 이 '서사시'는 사랑이 주제다. 몽환적이다. 그게 참 좋아서 서사시를 읽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시작된다. 관(棺) 속에 누워 있다. 미이라. 관 속은 태(胎) 집보다 어둡다. 그리고 춥다. 그는 하릴없이 뻔.. 2018. 11. 28.
최인훈 《광장》 최인훈 《광장》 문학과지성사 1996 서 문 '메시아'가 왔다는 이천 년래의 풍문이 있습니다. 신이 죽었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신이 부활했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코뮤니즘이 세계를 구하리라는 풍문도 있습니다. 우리는 참 많은 풍문 속에 삽니다. 풍문의 지층은 두텁고 무겁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라고 부르고 문화라고 부릅니다. 인생을 풍문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풍문에 만족지 않고 현장을 찾아갈 때 우리는 운명을 만납니다. 운명을 만나는 자리를 광장이라고 합시다. 광장에 대한 풍문도 구구합니다. 제가 여기 전하는 것은 풍문에 만족지 못하고 현장에 있으려고 한 우리 친구의 얘깁니다. (……) (『새벽』, 1960년 10월) 1961년판 서문 인간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표범의 가죽으로.. 2018.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