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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초등학교 1학년2

"안녕!" "응, 오케이~" 저 녀석은 올봄에 1학년이 되었습니다. 저 아래 동네에서 혼자 등교합니다. "안녕!" "안녕!" 사뭇 간단한 인사를 나누다가 한 마디 보태보았습니다. "잘 다녀와!" 뭐라고 웅얼거리는데 그 대답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에는 인사를 바꿔보았습니다. "조심히 다녀와!" "응! 오케이~" '응'이라고? 그 참... 이상하다... 내 인상이 고약할 텐데 감히 '응'이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안녕!" "응, 안녕!" "조심해!" "오케이~" 저 아이와 나 사이에는 구체적인 계약 같은 것이 없어서 서로 간에 의무나 권한 따위도 없습니다. 관계래야 혹 만나게 될 때 내가 녀석을 괴롭히지만 않으면 되는 것인데 인사하는 게 괴롭히는 일일 수도 있을지 몇 번 생각해봤고 저만큼 걸어가며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몇 .. 2021. 5. 19.
아이들은 결국 우리의 모든 것 1989년에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었습니다. 교사생활로는 마지막 해였습니다. 그해 봄, 나는 1학년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모인 강당에서 강연을 했는데 지금 여러분의 자녀들은 마치 군대에 간 것 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얘기는 나 스스로 잊지 않고 지냈습니다. 교육부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이번에는 교직생활 마지막 몇 년 간 교장을 했습니다. 그때 나는 아이들은 결국 "우리의 모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이들은 1학년이 된 지 거의 석 달 만에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게 정말 미안합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뚫고 처음으로 등교하게 된 것이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부디 아무 일 없기를 마음을 모아 기원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2020.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