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버리기1 기형도 《기형도 전집》 《기형도 전집》 문학과지성사 1999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슬픔의 이 「빈집」을 읽다가 의무처럼 이 책을 생각했습니다. 전집? 몇 권짜리? 이 전집은 단 한 권이었습니다. 그 한 권을 나는 버렸습니다. 2005년엔가, 가진 것들이 힘겨워서 반으로 줄이기로 하고 근무하는 학교 도서실에 한 차례, 어느 단체에 두 차례 실어다 주었고, 나머지는 폐품으로 버렸습니다. 이 책은 그 학교 도서실로 갔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을까요? 그렇게 버려놓고 두고두.. 2018. 6.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