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借景1 손택수 「차경」 차경 손택수 한옥에서는 풍경도 빌려 쓰는 거라네요 차경借景, 창을 내고 문을 내서 풍경을 들이는 일이 빚이라고,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고 직업이 마땅찮아 어떨지 모르겠으나 가능하다면 저도 풍경 대출을 받고 싶어요 집 살 때 빚지는 것도 누가 재산이라고 그랬지요 빚 갚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어느새 제 집을 갖게 된다고 풍경 좋은 곳은 다 부자들 차지라지만 아무리 좋은 액자인들 뭐하겠어요 청맹과니처럼 닫혀만 있다면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지기 힘든 게 풍경 빚인 줄도 모르겠어요 가난하고 외로워할 줄 아는 사람에겐 창가에 스치는 새 한 마리도 다 귀한 풍경이니까요 갚는다는 건 되돌려준다는 거겠지요 빌린 나도 풍경으로 내어주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도무지 뭘 빌려주었다는 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심하게 앉아 .. 2015. 9.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