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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쥘 르나르 Jules Renard2

쥘 르나르〈필립 집안의 가풍〉 쥘 르나르 Jules Renard 〈필립 집안의 가풍〉 윤옥일 옮김, 동서문화사 2013 1 『홍당무』와 『박물지』(쥘 르나르)를 읽은 것은 그의 『일기 The Journal』 때문이었습니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줄리언 반스)이라는 책에 소개된 그 『일기』는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르나르는 옛날 생각을 하다가 자기 연민에 젖어 어린 시절의 분신을 어루만지는 일은 일절 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사춘기에 생겨나지만, 사람에 따라 평생토록 계속되기도 하는) 그런 연민은 유년기를 재가공해 가짜로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르나르에게 아이란 '작고, 필요한 동물이지만 고양이만큼도 인간적이지 못한' 존재였다. 이는 그가 1887년부터 1910년 죽을 때까지 썼던 걸작, 『일.. 2017. 3. 20.
《홍당무》 쥘 르나르 Jules Renard 《홍당무 Poil de Carotte》 이가림 옮김, 동서문화사 2013 1 아버지 르픽 씨, 어머니 르픽 부인, 형 펠릭스, 누나 에르 네스틴. 소년(막내)에게는 이름이 없다. 그냥 "홍당무". 머리카락이 빨갛고 얼굴이 주근깨 투성이인 홍당무. 아무래도 호감을 살 수 없는 얼굴이란다. 밤중에 닭장 문을 닫으러 간다. 형도 누나도 싫어하는 일이다. 여우나 늑대가 손가락이며 볼에 입김을 불어대는 게 아닐까? 이렇게 되면 이젠 어둠 속에 구멍이라도 뚫을 기세로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서 짐작만으로 닭장 쪽을 향해 무작정 뛰어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손으로 더듬어서 열쇠를 집었다. 홍당무의 발소리를 들은 암탉들이 횃대 위에서 깜짝 놀라 꾸꾸꾸 울면서 푸드덕거렸다. 홍당무는 소리.. 2017.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