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의 철학1 안규철의 사물에 관한 이야기 《그 남자의 가방》 안규철의 사물에 관한 이야기 《그 남자의 가방》 현대문학 2012 아이가 숟가락질을 다 배우고 나면 학교로 보내진다. 학교가 가르치는 것도 숟가락질의 다른 방법들이다. 연필을 쥐고 남들과 같은 모양으로 글씨를 쓰는 방법과 손가락을 꼽아 셈을 하는 방법, 거기에 따르는 금기와 규범에 관한 것이다. 그러기까지 얼마나 집요한 훈련이 반복되는가? 숙제와 시험과 칭찬과 회유, 매질과 모욕, 성적표와 경쟁, 학교의 이 모든 프로그램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손을 미리 정해진 규격대로 길들이는 데 바쳐져 있다. 그리고 그렇게 혹사당하면서 손을 길들인 대가로, 우리는 비로소 손에서 입 사이에 그만큼의 여백을 얻을 수 있다. 쓸모있는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34) 나는 지금 무엇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까? 조각가 안규.. 2023. 4.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