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도착했니?1 조영수(동시)「잘 도착했니?」 잘 도착했니? 조영수 카메라로 꽃을 찍어온 아빠 컴퓨터 화면에서 꽃의 얼굴을 고르고 있다 벌의 엉덩이에 가린 꽃 벌레를 곁눈질하는 꽃 햇살에 눈이 부셔 찡그린 꽃은 휴지통으로 옮겨진다 고르기를 끝낸 아빠가 휴지통 비우기를 클릭하는 순간 못난이꽃 얼굴들 다 돌아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향기를 두고 온 들로 산으로. 잘 도착했니? 선택받지 못한 것에 대한 시인의 눈길이 곱고 고맙습니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눈길도 그래야 할 것입니다. "잘 도착했니?" - 어디에? - 있던 그곳에? 들에? 산에? 그러다가 문득 저승 생각이 났습니다. 나에게 "잘 도착했니?" 하고 물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서러워지기 시작했고 곧 눈물을 글썽거리게 되었습니다. "잘 도착했니?" 그런 시간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2022. 9.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