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일어난다1 벚꽃 보며 미안하고 무안해 함 나는 일본이 물러간 바로 그때 태어났다.일본이라면 무조건 미워하고 싫어하고 배척했다. '왜놈들, 철천지 원수...'두렵기도 했다. "미국을 믿지 마라. 소련에 속지 마라. 일본이 일어난다." 아이들은 맹랑하다 싶은 그런 말을 하고 다녔다. '설마' 싶기도 하고 '그렇겠구나' 싶기도 하며 세월이 흘렀다. 언젠가 그 말이 《몽실언니》(권정생)에 등장한 걸 보며 옛 생각이 났었다. 물러갔다 해도 일본은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어 곤혹스러웠다. 남들이 다 써서 나도 썼는데 알고 보니 일본 용어인 게 수두룩했다.고학년이 되자 선생님은 점심 좀 싸 오라고 통사정을 했다. 어떤 아이가 '벤또'가 없어서 싸 올 수 없다고 했더니 사발에 싸와도 된다고 했다. 공연히 알루미늄 도시락을 멀리 생각했다. '벤또'에 점심을 싸 .. 2025. 4.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