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이제니2

이제니 「발견되는 춤으로부터」 발견되는 춤으로부터 이제니 멀리 성당의 첨탑에서 저녁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 들려온다. 열린 창 너머로 어스름 저녁 빛 새어 들어오고 마룻바닥 위로 어른거리는 빛. 움직이면서 원래의 형상을 벗어나려는 빛이 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고 속삭이는 옛날의 빛이 있다. 사제는 한 그릇의 간소한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장 낮은 자리로 물러나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화면은 다시 정지된다. 일평생 봉쇄 수도원의 좁고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유폐한 채 기도에만 헌신하는 삶. 너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그 기도가 누구를 도울 수 있는지 묻는다. 화면은 다시 이어진다. 너는 책상으로 가 앉는다. 맞은편에는 비어 있는 의자. 비어 있음으로 가득한 의자. 책상 위에는 먼 나라에서 보내온 엽서가 놓여 있다... 2022. 2. 5.
이제니「발화연습문장」 발화연습문장 ―어떤 고요함 속에서 곡예하는 사람을 위한 곡을 만드는 사람을 떠올리는 밤 이제니 제목과 무관한 문장으로부터 시작한다. 한 줄 와서 읽고 한 줄 와서 지운다. 한 줄 와서 지우고 한 줄 와서 쓴다. 누군가 네게로 와서 살았고 너 역시도 누군가에게로 가서 살았다. 나는 누군가의 몸이었던 적이 있다. 나는 누군가의 영혼이었던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어느 밤 오래오래 아무도 모르게 내리던 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잊고 있었던 전생을 이해하듯이 닫힌 입의 숨은 감정을 헤아려본다는 것. 그러니까 다시 어떤 고요함 속에서 시작한다. 너는 한밤중 문득 깨어나 곡예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곡예하는 사람은 어떤 이미지로서 너를 사로잡는다. 한계상황으로 너를 밀어넣는다. 곡예는 지난한 침.. 2018.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