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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이병률2

'기차는 8시에 떠나네' ① 그대 귀 뒤의 카네이션 ② 도시 어린이의 꿈 ③ 우체부 ④ 5월의 어느 날 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⑥ 당신이 마실 장미 향수를 주겠네 ⑦ 오토가 왕이었을 때 ⑧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 ⑨ 뱃노래 ⑩ 떠나버린 열차 ⑪ 내 마음속의 공주 오페라 『카르멘』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아그네스 발차의 CD 『조국이 내게 가르쳐준 노래』에 실린 노래들은, 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이내 친숙하고 편안했습니다. 그리스가 터키와 독일의 침략을 받았을 때부터 불렸다는 설명대로 우수어린 노래들이었습니다. 친숙하고 편안했다는 건 아그네스 발차의 음색이 결코 부드럽진 않은 것 같은데도 그렇게 느껴졌다는 것으로, 한동안 차를 갖고 나가게 되면 꼭 그 CD를 들었습니다. 위안이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그 노래들을 들으면.. 2023. 6. 14.
이병률 「장도열차」 장도열차 이병률 (1967~ ) 이번 어느 가을날, 저는 열차를 타고 당신이 사는 델 지나친다고 편지를 띄웠습니다 5시 59분에 도착했다가 6시 14분에 발차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에 나오지 않았더군요 당신을 찾느라 차창 밖으로 목을 뺀 십오 분 사이 겨울이 왔고 가을은 저물 대로 저물어 지상의 바닥까지 어둑어둑했습니다 이 가을, 열차를 타고 갈 데가 있나? 어느 역의 플랫폼으로 잠깐 나와 줄 사람이 있나? 그 역에서 좀 만나자고 편지를 띄울 사람이 있나? 지난여름, KTX도 다니지 않고 공항도 없는, 겨우 무궁화호가 쉬고 또 쉬며 네 시간을 가서 도착하는, 그리웠던 그곳에 다녀왔다. 철로 주변 풍경도 옛날 같지 않았고 연락할 아무도 없었다. 그리웠던 사람들은 아직도 그곳 어디에서 가혹한 그리움으로 각각 이.. 2009.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