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육체의 악마2

레이몽 라디게 《육체의 악마》 레이몽 라디게 《육체의 악마》 윤수남 옮김, 청림출판 1989 19세 약혼녀(유부녀)와 16세 소년이 애정 행각을 펼친다. 15분 동안 나는 정신없이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고 나서 식사 도중에 방해가 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 땀에 흠뻑 젖은 채로 10분 동안이나 문 밖에 서 있었다. 그동안이면 심장의 고동도 가라앉으려니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세차게 뛰는 것이었다. 하마터면 나는 그냥 집으로 돌아갈 뻔했다. 그런데 마침 옆집 창문에서 한 여자가 아까부터 문 앞에 웅크리고 있는 나를 수상쩍게 내다보고 있었다. 그 여자가 마침내 나를 결심시켰다.(44) 난로 앞에 앉아 있는 우리의 몸이 어쩌다 스치기라도 한다면, 나는 조금만 움직여도 이 행복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이 느껴져서 되도록 가만히 있었다... 2022. 1. 11.
에밀 졸라 《나나》의 아름다운 밤 : 미추의 경계, 그 정체성 에밀 졸라의 소설 『나나』의 아름답고 자유분방하고 퇴폐적이고…… 그 나나가 법대 1학년 조르주 위공과 함께하고 있는 시간이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벽난로의 불이 꺼져갔다. 조에가 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잠자리를 준비해놓은 그 푸르스름한 방이 약간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나는 갑자기 더워져서 잠시 창문을 열어놓으려고 일어섰다. 그러더니 가벼운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어머나! 아름다워라!…… 얘, 좀 봐." 조르주가 왔다. 그는 창틀이 너무 작다는 듯 나나의 허리를 껴안고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순식간에 날씨가 바뀌었다. 하늘이 밝아졌고, 둥근 달이 황금빛 들판을 비추고 있었다. 지고의 평화가 있었고, 넓은 계곡은 막막한 들판으로 뻗어 있었고, 나무들은 평온한 호수 같은 달빛 속에 그림자의 섬을 이루고 .. 2019.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