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시력2

시력視力지키기 1, 2는 그렇다 치고 핵심이라면 컴퓨터나 스마트폰, 책 같은 걸 들여다보다가 30분쯤 지나 창밖 좀 내다보면 시력 보호에 좋다, 자주 듣고 잘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눈을 혹사시켰습니다. ​ 어느 날 동네 운동장에 걸어내려갔다가 시야가 부옇게 흐려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아서 '뭐지?' '왜 이러지?' 하고 눈을 닦고 바라보고 또 눈을 닦고 바라보고 하다가 '내가, 내 눈이 왜 이렇게 됐지?'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온갖 '외로움'이나 '어려움'이 있어도 눈만 있으면 마지막까지 책은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러면 됐다는 것이 내 '서러운 다짐'이었는데 그것마저 허용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암담했습니다. ​ 증상은 간단히 판명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그 백내장이라는 것이고 당장 맹인이 .. 2022. 9. 2.
내 눈 어머니는 구석에 웅크린 채 책을 읽었다. 편한 자세로, 천천히 부드럽게 숨을 내쉬면서,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맨발을 다리 아래로 감추고 책을 읽었다. 몸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책 위로 굽히고, 책을 읽었다. 등을 웅크리고, 목은 앞쪽으로 숙이고, 어깨는 축 늘어뜨린 채, 몸을 초승달처럼 하고 책을 읽었다. 얼굴은 반쯤 검은 머리칼로 가린 채, 책장 위로 몸을 구부리고 책을 읽었다. 내가 바깥 뜰에서 놀고, 아버지는 자기 책상에 앉아 연구하며 갑갑한 색인 카드들에 글을 쓰는 동안, 어머니는 매일 저녁 책을 읽었고, 저녁 먹은 것들을 다 치운 후에도 책을 읽었으며, 아버지와 내가 함께 아버지 책상에 앉아, 내가 머리를 비스듬히 기울이고, 아버지 어깨에 고개를 가볍게 대고, 우표를 분류하고, 분류 책에.. 2021.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