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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삶이란 무엇인가2

똘스또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강은 옮김, 창비 2015 Ⅰ 이반 일리치가 죽게 되었습니다. 남의 죽음이니까 우리가 보기엔 대수롭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당사자인 그에게는 참으로 난감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Ⅱ 그는 판사입니다. 그런 그가 그 성공의 정점에서 갑자기 원인이 불분명한 병에 걸려서 죽게 된 것입니다. 아무래도 죽어가는 게 분명하다는 걸 느낀 그는 자신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자신의 인생과 삶의 의미를 곰곰이 되돌아보고 되새겨보게 됩니다.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분명히 인정했지만 여전히 그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테면 키제베터1 논리학에서 배운 삼단논법을 보면,.. 2016. 1. 11.
박형권 「탬버린만 잘 쳐도」 탬버린만 잘 쳐도 박형권 옆방 젊은 여자하고는 이사 첫날부터 찌그려졌다 이삿짐 다 옮겨놓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보니 출입문이 두 개 있는데 어느 문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 문이나 열긴 열었는데 꽃 같은 장롱에 복어 주둥이 같은 살림살이들 아, 이 문이 아니었다 얼른 닫고 옆문을 여니 마누라 같은 두루마리 화장지 딸 같은 시집詩集 그래 여기가 내 집이지 한시름 놓는데 누가 문을 쾅쾅 두드린다 ―야, 너 뭐하는 놈이야? 여자들만 사는 집을 왜 들여다봐? 그렇게 꼬이기 시작한 인연은 일 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았다 할머니 한 분과 여자와 여자의 어린 딸이 사는 것 같은데 모두 가을바람 앞의 코스모스 같았다 이슬만 먹고 사는지 그 방에서는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며칠째 옆방에서 탬버린 소리가 .. 2014.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