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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백무산2

「사막의 소년 병사」 사막의 소년 병사 백 무 산 모래 먼지 덮인 흙구덩이는 핏물을 빨아들일 수 없을 만큼 메말랐다 신을 짓밟은 원수의 머리가 두건 속에서 떨어지고 용암처럼 총구에서 울컥울컥 토해내는 빛 구덩이를 묻고 총을 메고 열 살 남짓 소년 병사들 담배를 물고 흘끗흘끗 뒤돌아보며 돌아갔다 팔을 치켜들더니 무너진 건물 뒤로 사라졌다 그 소년들 훗날, 평화가 오고 성인이 되고 그리고 세상은 시시콜콜해지고 삶은 혼란스럽고 민주주의는 질척질척하고 가진 자들은 야비하고 권력은 추악하고 칼로 도려내고 싶었던 그 기억 피를 얼리던 그 기억 안간힘을 다해 지워버리려고 했던 그 전쟁, 그 참혹한 전쟁이 갑자기 갑자기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피를 끓이게 할지도 모른다 ――――――――――――――――――――――――――――――――――――――― 백.. 2016. 4. 14.
백무산 「국수 먹는 법」 국수 먹는 법 백무산 국수 먹을 때 나도 모르는 버릇꼭 그렇게 먹더라는 말 듣는 내 버릇아버지 짐자전거 연장통 위에 앉아먼짓길 따라나선 왁자한 장거리 국수집빈 공터에 가마솥 내건 차일 친 그늘긴 의자에 둘러앉은 아버지들마차꾼들 지게꾼들 약초 장수 놋그릇 장수싸리채 장수 삼밧줄 장수 패랭이 쓴 재주꾼들허기 다 채울 수 없는 한 그릇 국수 받아놓고젓가락 걸치고 국물 먼저 쭉 바닥까지 비우고는메레치궁물 좀 더 주쇼, 반쯤 채운 목에 헛트림하고 나서굵은 손마디에 부러질 듯 휘어지던 대젓가락천천히 놀리던 손톱 문드러진 손가락들남매인지 부부인지 팔다 만 검정비누 든 봇짐 벗어두고둘이서 한 그릇 시켜놓고 멸치국물 거듭청해 마시고 나서 천천히 먹던 국수지친 다리 애간장에 거미줄처럼 휑한 허기숭숭 뚫린 허기 다 메울 수.. 2014.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