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에 자란 사람1 김복희 「밤비에 자란 사람」 도깨비는 노래 좋아하고 빛나는 것 좋아하고 수수팥떡을 좋아해 도깨비는 힘이 장사고 긴 밤이든 짧은 밤이든 노는 것이 좋아 씨름 잘하는 둥근 어깨를 가졌을 것만 같아요 말라깽이 도깨비는 없을 것 같아요라고타령 시작하자마자 빼빼 마른 축 처진 어깨에 가방 자꾸 흘러내리는 도깨비 지나갑니다 지나갑니다심심하면 나랑 씨름합시다가방 추슬러 올리며 도깨비 휘청 말라 고속버스터미널 유리문 어깨로 밀며 야윈 나뭇잎과 마른 잔디 사이로 지나갑니다 가방만 보이는 것 같다 방심하지 마세요 도깨비 대신 말해주고 싶네요 지나갑니다 계절 지나갑니다 이대로 떠나기에 마음 요란해계절 바뀔 때더 아픈 사람들,아프면 많이 바쁠 텐데요 도깨비도 바빠요 막걸리 좋아하고 먹성도 좋아전국 방방곡곡 안 가는 곳 없이 돌아다닙니다 지나갑니다아픈 .. 2025. 3.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