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아 11 문서 더미 지금은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때, 아니 오랫동안 문서 더미에 둘러싸여 지내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는 건 아닙니다. 지금도 그렇게 지내는 사람을 부러워하긴 합니다. W. G. 제발트의 소설 『토성의 고리』를 읽고 있는데 '진도'가 나가지를 않습니다. 읽은 데를 또 읽고 또 읽고 하니까 그렇습니다. 이상도 하지요, 그런데도 짜증이 나거나 하지 않고 새로 읽을 때마다 뭘 좀 더 파악하게 되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1장에서 다음 부분을 보고 여기에 옮겨두고 싶었습니다. 나는 저녁 무렵에 재닌의 사무실에서 플로베르의 세계관에 대해 그녀와 자주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거기엔 강의를 위한 메모와 편지, 온갖 종류의 문서들이 엄청나게 널려 있어서 종이의 홍수에 파묻힌 기.. 2020. 10. 20. 이전 1 다음